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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번아웃 증후군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등 교육기관에서의 번아웃 현상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미국 대학 교수진들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응답자가 2019년 대비 2020년에 2배 늘었으며, 응답자의 반 이상이 현재 이직을 고려하거나, 조기 은퇴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답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근로자 중 약 18%는 60시간 이상의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으며, 직장인 중 무려 85%가 직무 스트레스로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4년 미국의 심리학자 허버트 프뤼덴버그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된 용어인 “소진(burn out)”은 일에 대한 과도한 몰입감과 강박이 신체적, 정신적 피로로 이어져 무기력감, 불안, 자기혐오, 분노, 우울 들에 빠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성격이 급하고 강박적이거나,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유형이나 책임감이 강하고 완벽주의자인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서 더욱 잘 나타난다.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발생하는 극심한 스트레스는 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무기력감을 느끼는 순간, 머리로는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체력적으로는 버거운 상태가 지속되고, 만성적인 피로감 때문에 처음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열정과 의욕이 사라지고 어떠한 말에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은 천천히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알기 어렵고, 폭음, 폭식, 과다한 카페인 섭취, 흡연 등의 건강하지 않은 습관으로 해소하고자 할 수 있어 정신건강은 물론 신체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의 의료기관 중 하나인 메이요클리닉은 번아웃 증후군이 잘 생기는 사람을 6가지로 분류했다.
1. 직장 생활과 사생활의 균형이 깨진 사람
2. 업무량이 많아 야근이나 추가 근무가 필요한 사람
3. 모든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하는 사람
4. 의료진처럼 다른 사람을 돕는 직업을 가진 사람
5. 업무를 거의 또는 전혀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
6. 일이 단조로운 사람

모든 직업에는 나름의 고충이 있지만, 업무의 특성상 스트레스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직업이 있을 수 있는데, 힘든 일임을 알면서도 때로는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기꺼이 그 길을 선택하고 그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학자들은 번아웃이 업무 자체의 어려움이나 과중함보다는 집단이나 사회의 분위기, 시스템과 더 관련이 있다고 한다. 개인이 추구하는 직업적 이상과 현실이 괴리가 있을 때, 영혼 없이 기계처럼 일을 하는데 업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게 된다면 번아웃은 더욱 가속화된다.

번아웃을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상투적인 해결법 같겠지만 많은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선생님, 사회전반의 목소리를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가는 데 익숙하며, 정작 자신의 속엣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스스로를 쉽게 지치게 만들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인생을 통틀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하는 힘을 잃게 만든다. 그렇기에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고, 업무 특성상 통제가 어려워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일수록 자기 연민의 시간을 가지고, 절대적인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자신의 수면, 식사, 운동 등을 챙기며 자신을 채찍질하던 손을 멈추고 쉬어가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어야 한다.
집단적인 노력으로는 무엇보다 구조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한 업무 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직하고, 개인의 역량에 따른 적절한 수준의 업무를 배분하며,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져야만, 개인이 가지는 직업적 이상이 그 빛을 잃지 않고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